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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시선/새벽에 쓰는 일기

2017년 7월, 독립.

독립.

7월 1일, 이사.

7월 2일, 새로운 생활용품을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버스를 잘못 타서 엉뚱한 곳에 내리게 되었다. 주택가나 상점가도 아닌, 허허벌판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였을 때, 나 자신이 한심하기까지 했다. 막 이사했다고 해도, 아니 역으로 막 이사해서는 길을 잃다니. 첫 단추부터 잘못 꿴 느낌이 들어 우울해졌다.

더운 날씨가 원망스러워 올려다 본 하늘에, 뜨겁게 타는 해 옆에 무지개가 떠 있었다.

순간 멍 했다. 전에도 무지개를 본 적이 있었다. 이대 목동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고 돌아오는 다리 위에서 크고 선명한. 그때는 차에 타고 있어서 유리창 너머로 봤었기에, 나의 눈으로 내 다리로 서서 보는 무지개는 처음이었다. 괜찮아, 내가 함께 할게.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위로받은 기분이었다. 마치 이사를, 독립을 축하한다며, 너에게 행운을 줄게. 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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