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시선/나, 괜찮아지고 있어.

마음이 사그러들기까지의 기록, 그 아흔 번째.

HIMENA 2020. 5. 14. 11:47

2020년 5월 7일 목요일 오전 3시 2분

낮이 없는 시간들이었다. 견디려 버티려 살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이렇게 살아남았다. 문득 비 오는 소리에 정신이 들어 옷을 주워 입고 나오니, 1분도 채 되지 않아 양발이 다 젖어버렸다. 그래도 한결 후련해진 채로 방으로 돌아오니 비가 곧 그쳤다. 한창 소나기가 거칠게 내리고 지나간 이곳은 축축하고 눅눅한 감정들만 남아있다. 나를 달래는 것은 빛과 향을 품어내는 초와, 와인 한 병, 그리고 영화 한 편. 시간을 어르고 달랜다. 어쩌다 버티며 사는 꼴이 되어버린 나를 위로한다. 버티면 행복이 올까. 온다면 오기 전까지 불행으로 버텨야 하는 걸까. 그건 언제쯤 오는 걸까. 오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