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쓸 만한 인간.

덕질로 시작한 올해 첫 독서,
배우님은 책 읽는 내내 나를 위로했다. 괜찮다고, 결국엔 다 잘될 거라고.
'진짜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기적' 같은 버저비터를 꿈꾸기도 하고, 어차피 "평생 동안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해야 할 때가 그리 여러 번 오는 게 아니"라면 조금은 즐기면서 해보려고도 한다.
내 방식대로 예전에 가졌던 그 열정, 그리고 그 방법. 다시 한 번 유념하고 해나가려 한다. 모두가 각자의 방법으로 이 쌀쌀한 외로움과 귓구멍을 간질이는 우울감을 털어버리길 진심으로 바란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다 잘될 거다.
'안 그래도 부족한 놈한테 뭔가 또 한 가지를 앗아가버리면서 그렇게까지 성장을 시키고 싶냐. 이놈의 세상아.'
(...) 또 성장했다. 성장해버렸다. 성장쟁이다. 이놈의 성장판은 언제 닫히려는지.
책을 통해서라면 아버지를 이해할 수도 있고, 좌절한 자를 사랑할 수도 있고, 형사가 되어 범인을 쫓을 수도 있고, 헤어진 연인과의 기적 같은 재회도 가능하다.
서점으로 가서 그 어떤 책도 좋으니 잘 읽힐 만한 책을 한 권 사서 집으로 오길 권한다. 그리고 머리맡에 놔두시라. 그럼 언젠가는 읽게 될 테고 당신의 내일이 조금 더 영리한 하루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나만 살아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생각지도 못하게 당신 주변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가만히 문을 감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 주변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놀라운 일이다. 굉장히 의외다. 살아 있을 줄 몰랐는데, 살아 있다는 거다.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그냥, 고마워하면 된다.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갑자기 보고 싶어졌을 때 볼 수는 있게 살아준 당신이 참 고맙다, 라고 생각하자는 거다.
'고맙습니다. 거기서 뭐 하세요. 뭘 하시든 고맙습니다.'
'연락 못해 미안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길 바랍니다.'
라는 새해 문자메시지를 120명에 가까운 이들에게 전송했고, 그중 많은 사람들이 답장을 보내왔다. 너도 새해 복 많이 받고 하는 일 다 잘되길 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밤사이에 온 답장들을 살피다가 하나의 메시지를 저장한다.
'이미 네가 나한테 복덩이야.'
당신도 누군가에겐 이미 복덩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게 언제든, 그게 누구든, 문득 심장 언저리가 '물렁'해지는 응답을 해줬으면 좋겠다. 아마, 당신들도 그럴 것이다. 늘 달고 사는 여섯 글자가 필요할 터이다. 그 말 우선 내가 해드리겠다. 나중에 갚아라.
"칙칙... 다 잘될 겁니다."
군말 좀 하면 어떤가. 꿋꿋하게 계속 해나가는 그들이 전부 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또 제 역할을 못하면 좀 어떤가. 그들에게는 그렇게 힘들고 버티고 이겨낼 권리가 있는데 말이다.
처음에는 배우님이 참 희망적인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몇 개의 주제를 읽어내는 동안 끝에는 다 잘될 거라고 반복하시기에. 반 이상을 읽어내고 나니, 그 말이 나를 위로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뭘 하든 잘될 거라고. 잘 하고 있다고. 내가 쓸 만한 인간임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책을 덮으니 오히려 내가 배우님을 위로하고 싶어졌다. 잘하셨다고. 대단하시다고. 그래도 쓰신 이 책이 날 위로하고, 나에게 힘을 줬다고. 감사하다. 배우님이 하신 말씀처럼, 지금 어디에 계신지 뭘 하고 계신지 잘 모르겠지만, 살아 있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