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역으로 인턴 생활을 할 때였다.
코트를 두 겹으로 입고 다닐 정도의 추운 겨울이었다.
매일 밤, 다음 날의 점심과 저녁 도시락을 준비했었고,
메뉴는 닭가슴살과 채소 또는 연어 샌드위치였다.
집으로 돌아간 후 저녁을 먹으면 늦어져서, 항상 휴게실에서 저녁을 먹고 퇴근했었다.
간식으로는 작은 지퍼백에 나눠 담은 아몬드 열 알,
역삼역에서 사당역까지 걸어 다니며 체력을 기르기도 했었고,
장을 보려고 선릉역 이마트까지 걸어가기도 했다.
하여튼,
그 시기에 가족여행으로 제주도를 가기로 했고,
나는 일 때문에 혼자 후발대가 되었다.
국내이지만, 혼자 공항에 가는 것도 비행기를 타는 것도 처음이어서 꽤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퇴근한 후, 집이 아닌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에 올랐을 때는 마치 혼자 여행 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정말 혼자서 제주도 여행을 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제주 공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가족이 기다리는 숙소까지 달리던, 그 잠깐의 시간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전혀 모르는 곳에서 혼자 택시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건, 솔직히 무서웠다. 하지만, 설렜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것이.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다.
여행하고 싶다.
혼자 걷는 것도, 가족과 함께하는 것도, 친구와 떠나는 것도 다 좋을 것 같다.
나는 지금 여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