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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시선/나, 괜찮아지고 있어.

마음이 사그러들기까지의 기록, 그 서른여덟 번째.

2020년 3월 26일 목요일 오후 1시 32분

어둠과 같은 깊은 고독 속에 오롯이 홀로인 게 편했다. 가끔 저 너머의 찬란한 빛들이 넘어올 때면 빛이구나, 빛이 드는구나 하고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검은빛이 나에게 흘러 들어왔다. 우리는 닮았다며, 이것은 운명이라 했다. 나이 어둠 속에서도 검은빛은 검게 빛났다. 나의 빛이었다. 안 보이던 것을 보고, 그 빛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이제 빛이 없으면 살아가지 못한다 느낄 즈음에 검은빛은 어둠 속에서 살지 못하겠다며 저 너머 빛들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 그렇게 나는 다시 이 깊은 어둠 속에 혼자이다. 아니, 남겨졌고 버려졌다. 내가 있었던 곳, 있어야 할 곳임에도 남겨졌고 버려졌다. 빛이 없어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두려움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나는 처음부터 어둠 속에 있었을 뿐인데.